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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신문]에스컬레이터, 두 줄 or 한 줄?...잘못된 탑승문화 혼란 가중

브이티코리아 2015-09-04 조회수 5,124
(팩토리)에스컬레이터, 두 줄 or 한 줄?...잘못된 탑승문화 혼란 가중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탑승문화를 두고 최근 들어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현재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진행 중이나 실제론 ‘한 줄 서기’가 비일비재해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쁜 사람을 위한 ‘한 줄 서기’가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다.
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전개한 ‘한 줄 서기’ 운동의 영향이 크다. 2007년부터 기계 고장과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지금의 ‘두 줄 서기’로 전환됐지만 이미 굳어진 한 줄 서기 문화를 바꾸기가 쉽지 않아 정착에 어려움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얼마 전 한 언론매체는 국민안전처가 추진하고 있는 ‘두 줄 서기’ 캠페인이 비현실적이라고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는 ‘안전’을 위해 두 줄 서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니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표현처럼 딜레마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에스컬레이터 전도사고 가장 많아…원인은 ‘걷거나 불안정한 자세’
에스컬레이터는 승강시설 중 하나다. 계단을 대신해 고안된 이동수단이지 걷거나 뛰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가 아니다. 현행 안전수칙에도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건 금지돼 있다. 에스컬레이터 사고통계를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2만8244대다. 지하철이나 철도 역사 등 다중이용시설이 대부분이다.
최근 5년간 에스컬레이터 사고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109건 ▲2011년 77건 ▲2012년 105건 ▲2013년 59건 ▲2014년 49건 등 총 399건이다. 이는 전체 승강기 사고에서 77%를 차지한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사고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사상자는 554명으로, 매년 평균 100명 이상이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다쳤다. 사상자 중에는 60세 이상이 전체 사고의 49%를 차지했고, 특히 여성 비율(36%)이 높았다.
사고 원인으로는 이용자과실이 376건(94%)으로 가장 많았다. 관리부실·작업자과실·제조 및 보수 불량에 따른 사고 건수는 극히 미미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넘어지는 사고가 315건(80%)으로 압도적이었다. 전도 사고의 원인은 불안정한 자세가 151건(48%), 걷다가 미끄러진 경우가 144건(46%)이다.
불안전한 자세로는 신발 끈을 묶거나 내측판에 기대는 행위, 양손에 짐을 들거나 유모차와 함께 탑승한 경우로 나타났다.
종합해보면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90% 이상이 모두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는 얘기다.
현행 안전수칙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는 ▲뛰거나 장난을 치면 안 되고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 하며 ▲유모차 등은 접어서 타야하며 ▲황색 안전선 밖으로 발이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전 전문가들 한 목소리…“에스컬레이터에선 걷거나 뛰어선 안 된다”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자 국민안전처는 8월 27일 산·학계와 시민단체, 공공기관, 승강기 전문가들로 구성된 ‘에스컬레이터 안전이용문화 개선 합동토론회’를 열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한국승강기학회장)는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가 논쟁이 된 배경에는 에스컬레이터에 대한 시설 기준은 있지만 사용(안전)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며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는 것은 습관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어떻게 서느냐가 아니고 걷거나 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안전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과 관련 현재의 홍보방법이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의 이윤호 사무처장은 “정지상태보다 걷거나 뛸 경우 사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에 (사고의) 발생확률을 낮추는 것이 안전사고 예방의 시발점”이라며 “내가 뛰면 타인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책임문화를 홍보하고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대외협력실장은 “에스컬레이터는 걸어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 신속·편리함보단 한 사람의 안전이 중요하다”면서 “3대 안전실천운동을 지키는 방향으로 집중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환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팀장은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더욱 강화된 안전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미국 등에서는 더욱 큰 하중과 비틀림에 견딜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설계기준을 사용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 “9월 중순쯤 새로운 정부방침 발표할 것”
국민안전처는 토론회에서 모아진 의견을 바탕으로 에스컬레이터 이용문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토론회에서 거론된 개선 방안 중에는 60대 이상 여성을 위한 안전대책도 포함됐다.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역사나 시간대에는 에스컬레이터 운행속도를 현재 0.5m/s에서 0.4m/s로 늦춰 사고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또 출퇴근 시간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높이는 방안과 지하철 조기출근에 따른 요금 인하 시간대를 확대하는 것도 추진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이용문화를 확산시켜 안전사고를 줄이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향후 지하철 역사에선 ‘두 줄 서기’ 대신 ‘걷거나 뛰지 말자’는 홍보 문구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걷거나 뛰지 않는 게 두 줄로 서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에스컬레이터에 탑승 후 움직이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두 줄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 이용문화에 대한 그동안의 정책적 실패를 ‘말 바꾸기’로 벗어나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승강기과의 최순환 사무관은 “에스컬레이터 이용과 관련 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두 줄 서기 운동이 잘못됐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걷거나 뛰지 않는 것은 두 줄 서기도 포함된 개념이기 때문에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사무관은 “빠르면 9월 중순쯤 올바른 에스컬레이터 이용문화에 대한 정부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성 : 2015년 09월 02일(수) 09:45
게시 : 2015년 09월 04일(금) 10:15


이석희 기자
xixi@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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